[이리오너라] 8회기 수업일지 1014
이리오너라 ·
일시: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5,6교시
장소: 이리북중학교 (4층 음악실, 1-4반 교실, 예술 놀이터)
<수업계획안>
벌써 8번째 만남입니다.
오늘은 아이들 노래를 녹음하고, 나머지 촬영을 진행하기로 하였어요
지난주에 연기팀은 촬영을 다 진행하였어요. 영상 촬영이다보니, 대사 외우기의 압박이 없어서 좋을 것 같아요. 다행히 아이들이 협조를 잘해주어 즐거운 촬영이 되었습니다.
오늘 다른 팀 친구들과도 촬영을 진행할 생각하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전체 활동에서는 볼 수 없는 개개인의 모습을 좀 더 면밀히 볼 수 있었어요. 개별적 소통도 가능한 것 같아요. 팀별 활동에서는 집단에서 묻어갈 수가 없죠.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답니다.
노래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려워, 전체 활동으로 함께 노래를 연습하였습니다. 녹음을 한 후에 함께 들어보았지요. 장비는 핸드폰입니다. 음악실은 다소 방음시설이 되어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메기는 부분과 받는 부분을 나누어 노래를 불러보았습니다. 메기는 부분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다행히 몇몇 아이들이 큰 소리로 불러서, 큰 힘이 되어 주었답니다. 녹음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잘 부르더라구요. 즐겁게 녹음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인형극팀 촬영과 노래팀 촬영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마무리를 못 하면 다음 주에 더 촬영하면 되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능한 오늘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벌써 8 회기이고, 아직 우리에게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더 남아있으니까요. 수업의 계획과 아이들과의 진행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에요. 계획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 확실하지요. 진행되는 상황에 몸을 맡기고, 그 때 그 때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해요. 하지만 수업의 목표와 주요활동은 정해져 있지요. 마지막 수업날과 그 날 할 일도 확실히 정해져있어요. 예상대로 흘러가는 일이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있지요. 특히 서로 다른 장르간의 융복합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전체의 목표 안에서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모든 것이 결과로 향해갑니다. 결과물의 형식은 정해져있지만, 어떻게 결합되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완성될지는 우리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느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과정이 결과로 담기는 거지요. 결과를 목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를 위해 꼭 담겨져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다른 말로 하면, 결과를 위해 우리가 꼭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지요. 영상 상영회로 마무리해야하니, 영상촬영은 마무리 지어져야 하며, 전쟁을 이겨내는 우리의 모습까지 담겨야 하지요. 확산과 수렴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 됩니다. 다양한 생각을 확산적으로 하게 하다보면, 하나로 수렴되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든요. 집단적으로 진행하는 공동창작이기에, 함께 결정하고, 함께 수행한다는 의미를 살리는 진행이 필요해요. 그게 반드시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불러야한다거나, 모두가 함께 영상에 출연한다거나, 모두가 함께 연극을 경험한다거나 하는 활동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수업을 듣고 있고,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연극은 몸으로 표현하여 연기하는 것만 연극이 아니라,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연극이기도 합니다. 민요가 불러지던 조선시대의 삶을 상상하고, 그 상황을 현대에 대입해서 상상해보고 표현해보는 것 자체가 극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융복합 프로그램을 통해 오늘의 아이들과 만난다는 것은 기존의 각각의 장르가 가진 특성을 하나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르로 풀어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적 활동들을 생각해보고, 아이들의 사고가 진행되고, 경험되어지는 것이 무엇이냐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요즘은 다시 한번 실행이 없다면 온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같은 연령대의 다른 지역의 학생들과 만난다면 또 다른 과정이 진행되겠죠? 그러하기에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에 열심히 편집을 해서 영상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함께 보고 우리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 하니까요. 영상전공은 아니다 보니, 영상의 완성도에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그간의 많은 수업들을 영상 기반으로 한 적이 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그 정도와 제가 생각하는 그 정도가 같을까요?
사실 영상편집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기본 10시간을 잡고 있지만,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마음에 드는지라, 디테일에 넋을 놓고 있다보면, 2~3시간은 후루룩 가지요. 지금의 영상은 연기, 노래, 그림, 인형극이 섞여 있으니, 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은 예술은 시간 싸움이지요. 예술가가 예술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 하는데 사용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내 본업이 예술가이고, 예술교육은 부업 내지는 아르바이트, 혹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지요. 그래도 우리팀 예술가들은 스스로 전문가라 생각하고, 예술교육을 좋아하고, 아이들의 만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준비하는 것도 함께하는 것도 열심이어서 참 좋습니다. 서로가 열심히 하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속에서도 배워갈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