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오너라] 1회기 수업일지
이리오너라 ·
8월 12일 월요일
이리북중학교
5,6교시(1:25~2:10 / 2:20~3:05)
1회기: 첫만남
국악에 대한 소개와 휘모리 장단으로 자기소개하기
연극은 함께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서로 호흡을 맞추고, 서로를 관찰하는 놀이 활동)
드디어 첫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어요. 자발적으로 예술을 선택한 중학교 1학년 친구들 27명을 만났습니다.
원래 정원은 28명인데요, 한 친구가 오지 않았답니다. 다음 주는 28명 모두를 만나고 싶어요.
원래는 3층 무한 상상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였어요.
그런데 오늘이 개학 첫 날이다 보니, 교실에 에어컨 문제가 있어서, 4층 음악실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반에서 5반까지의 아이들이 섞여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것 같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남녀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었으며, 다소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들과 적극적인 아이들이 골고루 섞여있었어요.
첫 시간을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으로 계획하길 잘 한 것 같았습니다.
예술가들도 학생들에게 조심스러웠고, 학생들도 예술가들에게 조심스러웠답니다.
5교시에는 PPT를 활용하여 우리 수업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국악에 대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휘모리 장단에 대한 설명을 하며, 장단에 맞춰서 이름을 부르는 놀이를 하였어요.
간단한 활동인데, 많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웃으면서 하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아이들에게 집중 하다 보니, 사진 찍는 것을 중간 중간 잊어버렸어요.
첫 만남이라 섣불리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어려웠답니다.
바닥에 OX를 그려 놓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이들에게 이 수업 시간 만큼은 자기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사람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 귀에 들렸을지는 모르겠어요.
내가 말을 하는 것과 상대가 이해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고, 듣고, 하고, 듣고, 하는 과정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통하는 날이 오겠죠.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하였고, 서로의 기색을 살피며 에너지를 맞추는 놀이를 하였어요.
1학년의 5개 반이 섞여 있다 보니, 다소 서로를 낯설어하고, 무관심한 반응들이 드러났어요.
이런 아이들과 함께 한 주 한 주 시간을 보내고 활동을 쌓아 가다 보면 서로 조금씩 친밀해지는 순간이 오겠죠.
시간을 쌓아하는 것,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명은 사람이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거울입니다. 거울들은 사람의 행동을 따라해요. 가능한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술래 4명이 밖에 나갔어요. 교실 안이 준비가 되면 다시 들어와서 누가 사람 인지를 찾아보는 활동입니다.
제가 첫 시간이면 늘 진행하는 활동이에요. 서로에게 집중하고, 서로를 관찰하기에 이만한 활동이 없어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제에 맞는 새로운 활동을 찾아서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제에 맞는 활동을 능숙하게 잘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 촉박한 시간에, 1회 진행으로 넘어가게 되어 참 아쉬웠답니다. 한번 더 반복하면 훨씬 익숙하게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아이들 스스로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는데, 한번밖에 할 수 없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견주는 시간이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좀 더 시간이 휘리릭 흘러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예술가들끼리도 처음 만나 함께 하는 프로젝트기에 서로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말로 이야기 나누며 회의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수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서로 살포시 티 안 나게 당황한 부분도 있었답니다.
연극과 국악이 서로 만나는 것,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예술 교육을 해오던 세 명의 예술가들이 만난다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일인 것 같아요.
도전인 거지요. 낯설음과 어색함에 이끌려가느냐,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도약의 기회로 삼느냐는 이 시간에 임하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만나질까요? 이리북중의 아이들과 어떤 만남을 엮어갈까요?
수업 후 교실에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것으로, 서로의 수업 방법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낯설었던 것으로 얘기나누었어요.
그렇지만, 다음 주는 좀 더 아이들과 친해지며 놀이 활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연극과 국악을 좀 더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작 부분에 약속을 함께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필요에 대해 솔직히 나누고, 수업의 과정을 조율해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각 분야의 예술이 서로 다르지만, 예술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인 이유가 있겠죠?
우리의 전통예술은 가무악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노래와 춤 음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경향이 있지요.
그리고 극적 속성을 지니는 것도 흥미로워요.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시절에 한국 연극사를 배울 때, 우리의 전통 예술이 기반이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전통이 옛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어우러지며 노래하고 춤추며, 연희하던 즐거움을 상상해봅니다.
연극은 넓게 보아서는 모든 극적 활동 및 극적 상상력을 포괄하는 예술이니,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분야의 다름이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강사들의 예술교육가로서의 철학이나, 중요시 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답니다.
우리가 회의를 하며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야 하는 부분은 수업의 주제와 각 예술 분야의 티칭 테크닉, 그리고 각자가 중요시하는 철학, 그것이 참여자들에게 경험 될 때 미치는 영향력과 의미에 대해서도 공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